성인명작동화...

저번 주 목요일.
천호동에서 맛난 등심 스테이크를 사준다면 아침부터 나를 부르는 형님들의 목소리.
득달같이 달려가 보니 이미 약간 술에 취하신 상태.
그 시간이 아침 11시였으니 밝아도 한참 밝은 술을 마신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들과 여행 얘기, 영화얘기들을 하다가 문득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동조.
집에서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입고 차를 몰고 서울을 벗어났다.
때묻은 반바지에 티셔츠, 슬리퍼와 샌들을 신고 그냥 출발.
전북 군산으로 달려 스키다시 환상적인 회를 먹고, 한산 소곡주를 한병 산 다음 전주로 날라 '화려한 외출2'에서 숙박을 한다.
전날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팬티와 티셔츠를 빨고, 우리는 잠옷 차림으로 모텔을 돌아 다녔다.
세 명의 일행 중 각자 하나씩 방을 잡았으니 그렇게라도 돌아 다녀야 얼굴을 볼 수 있는 상황.
가장 큰 형님 방으로 잠옷 휘날리며 올라가 한산 소곡주를 마신다.

이런 분위기 되시거따.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몸도 피곤하니 그냥 영화나 한 편 보자고 의견 일치.
그리하여 우리는 10여분이 넘는 시간동안 엄청난 고민을 한 결과.
모텔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완벽한 영화를 하나 골랐다.
제목하야, '성인명작동화'...... 우리는 나름 순수했다.

그 첫번째 에피소드, '선녀와 나뭇꾼' 되시거따.
오른쪽 위 선풍기에 걸린 우리의 팬티와 티셔츠가 어쩌면 영화보다 더 섹시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물리치고,
우리는 영화에 몰입하기로 했다.

선녀 되시거따.

성인명작동화 맞다.

어설픈 블루스크린이긴 하지만, 100% 스크린촬영에 그림들이 딱 동화처럼 아기자기하다.

거기에 100푸로 후시 녹음인 것 같은 사운드는 정말이지 이게 성인명작동화가 아니면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새로운 시도임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자각시키고 있었다.

'탈선춘향전' 이후, 다시 한번 느껴지는 카타르시,,,,, 아니, 오르가즘적인 희열이었다.

두번째 에피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그건 영 아니었다.


대충 팬티가 마른 것을 확인한 우리는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그냥 입고 막걸리집으로 달린다.

전주에 가면 비빔밥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전주막걸리가 왔다다.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머리에 꽃을,
전주에선 막걸리를.....

by 씨봘낙지 | 2008/07/23 13:56 | 귀신씨네마까먹는소리 | 트랙백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irisman123.egloos.com/tb/383630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원승환 at 2008/07/23 15:44
원승환입니다. 최감독님 글이 꽤 재미있어서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무작정 서울을 떠나셨군요. 완전 부럽습니다.
전주에선 막걸리를. 이건 완전 공감이네요. 맛있다는 음식. 입이 저질이라 관심없다니까요. 아무리 먹어도 지갑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 막걸리. 그리워지는군요.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8/07/23 23:59
언제 한번 무작정 날라 보시죠? ^^
그 자리에 함께 하겠습니다.
막걸리와 A급 주모는 제가 제공합지요.
뭐 올라와서 뒷정리하는 골 아픈 일이 넘치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어쨌든 세성은 잘 돌아가고, 어쨌든 그런 일들도 다 정리가 되더군요.
이거 무작정 여행..... 이거 이거 마약입니다. ^^;
Commented by Yeori at 2008/07/24 11:02
어디갔나 했더니 얼음집으로...
그런가 했더니 잠옷바람에 저런 명작 감상을...
즐겨찾기에 다시 추가해야겠네. 쩝.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8/07/28 10:09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
워낙에 역마살을 타고 난 놈이라 한군데서 살지 못하고 이리 떠돌아 다닙니다.
Commented by 아트만 at 2012/12/20 11:34
구글에 그림동화 치면 그림이 벗은 여자 얼굴이 나옵니다.
힘드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