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레이스(Death Race, 2008)


로저 코먼과 폴 W 앤더슨 감독과의 만남이라......
이 조합은 로저 코먼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던 나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배가시켜주는 만남이었다.
B급영화계의 대부이신 로저 코먼 감독님과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찍으면서도 어딘지 쌈마이 냄새 풀풀~ 풍기는 폴 앤더슨 감독의 스타일 조합은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 둘의 조합에 로저 코먼식의 확실한 B급 취향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이벤트 호라이즌'을 능가하는 폴 감독의 연출력은 보이지 않을 것이란 확신과 함께 말이다.
뭐, '레지던트 이블'정도만 나와도 나름 성공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그들의 조합에 내가 가장 선호하는 액션 배우인 '제이슨 스테이덤'이 합세했으니 내가 이 영화를 안 볼 이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침 제이슨 스테이덤의 또다른 영화 '뱅크잡'의 시사회가 있어 나가는 대한극장으로 나가는 김에 이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난 1시간 45분 후, 나는 혼자서 신나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엔딩 스크롤이 끝날 때까지 앉아서 박수치며 스크롤을 바라보던 영화를 본지가 언제였던가?
참으로 기분좋게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대한극장 안으로 들어선다.

이 영화는 예상대로 로저코먼식의 B급스러움은 폴 앤더슨식의 B급스러움으로 변해 있었다.
확실한 B급스러움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영화에 어떤 내러티브를 부여하기 바라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 영화에 매우 실망감을 가질 것이란 것이다.
이 영화는 매우 자극적인, 매우 폭력적인, 그리고, 매우 지랄스러운 화면으로 중무장한 영화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엔 로저 코먼이 '제작 총 지휘'라는 타이틀로 이름을 걸고 있다.
이런저런 구차한 이야기들은 시작 5분 정도에 마무리짓고 이 영화는 서둘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영화가 끝나는 시간동안 줄기차게 이 영화는 달린다.
75년도에 만들어진 원작의 이야기 구조(있기는 한건가?)에 좀 더 업그레이드된 화면들은 분명 그 영화를 봤던 관객들에겐 충분히 어필할만 하다.
무엇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환호했던 것은 CG로 범벅된 요즘의 블록버스터영화들의 홍수속에서 생 날 액션의 진수가 펼쳐진다는 것에 있다.
고도로 훈련된 스턴트맨들의 신나는 한판 씻김굿을 보는 듯 하다.
그동안 자신들의 영역을 CG에 빼앗겼던 세월에 대한 한풀이 씻김굿.
그들의 한풀이에 영 이상한 편집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든 망가뜨리려는 야욕을 접어야만 했다.
분명 폴 감독과 로저 코먼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로 차들과 스턴트맨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엔딩 크레딧에도 배우들의 이름 바로 밑으로 스턴트맨들의 이름을 따로 올릴 정도였으니 그들이 스턴트맨들과 만들고자 했던 생 날 액션의 모습이 결코 객기나 CG에 대한 거부감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과거 화려했던 생 날 액션의 회귀를 염두에 두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화면은 간만에 극장을 찾은 나에게 완벽한 만족감을 줬다.
마우스로 만들어내는 환타지보다 사람의 몸으로 땀냄새 풍겨가며 만드는 액션에 굶주린 나에게 이 영화는 갈증 해소 100%의 쾌감을 전해주고 있다.
이런 화려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서 이 영화가 잘 될 확률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 구조 따위는 가끔은 개한테나 던져줘 버리는 로저 코먼식 B급스러운 내러티브나,
그저 신나게 때려부수고 달리기만 하는 마초이즘의 말초신경을 확실히 건드려주는 스타일 때문에 극장이 주 관객인 여성팬들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뭐 제이슨 스테이덤을 좋아하는 여성 관객들에게는 확실한 그만의 갖바(?)를 보여주는 팬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로저 코먼이란 거장이 내 생에 있어서 난 즐겁고, 폴 W 앤더슨이란 이 감독이 은근히 재미있다.
D.O.A 같은 거지같은 영화만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요즘처럼 우중충하게 내가 계속 영화를 해야되나 라는 생각이 들고 있을 즈음 만난 이 로저 코먼과 폴 앤더슨의 만남은 내가 반드시 이루어 보고자 했던 한국형 B급 영화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살려주는 계기가 됐다.
그래, 조금은 더 달려보자.

by 씨봘낙지 | 2008/10/22 13:23 | 귀신씨네마까먹는소리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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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13월의 혁명자 로오나.. at 2008/10/22 17:42

제목 : 데스 레이스 - 사나이답고 쌈마이스러운, 즐거운 B급
북미에서의 흥행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기대하는 영화였습니다. 왜냐하면 '레이스'거든요. 그것도 생사가 오가는 격투레이스라니, 오, 이럴수가, 이렇게까지 보고 싶게 만들어주는 물건이라니! 이 물건은 제게는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이 나빠도 레이싱 장면이 좋다면 용서받을 것이요, 다른 모든 것이 좋아도 레이싱 장면이 나쁘다면 쓰레기 취급을 받을 그런 영화였죠. 개봉 전 주변에서 평을 본 결과 ......more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8/10/22 14:06
흠...끌리는군요.

매드맥스의 그 기분을 다시 기대해봐도 좋은 겁니까?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8/10/22 14:15
매드맥스의 사이버펑크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오히려 분위기로 따지면 차라리 '러닝맨'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는 보여집니다.
매드맥스와 러닝맨에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를 제거한 느낌으로 보시면 맞으실겁니다.
Commented by 김규철 at 2008/10/22 16:59
오랜만에 카타르시즘 제대로 느꼈습니다.

제작 총 지휘 에 로저 코먼의 이름이 나왔을때는 조금 놀랐습니다.

ㅋ 전 사실 로저코먼이 죽은 줄 알았거든요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8/10/23 03:24
전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분이니 죽어도 죽은게 아니고, 살아도 산게 아니겠지요. ^^
Commented by 로오나 at 2008/10/22 17:41
역시 대놓고 B급답게 지르는 면모가 충실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각본은 좀...=ㅂ=;;;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8/10/23 03:24
제 글을 읽지 않으셨군요.
전 분명 확실한 B급은 아니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로오나 at 2008/10/23 08:50
아뇨. 본문은 읽었는데 전 사실 이 영화 기본부터가 B급이라고 보기 때문에 제 감상을 말한 거죠^^; 폴 엔더슨은 A급 감성하곤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라; 4천만달러면 제작규모에서도 블록버스터치곤 B급 느낌이기도 하고요. 전 각본 빼곤 대부분 좋았어요.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8/10/23 16:21
저예산을 다 B급이라고 말해선 안되지요.
저예산 영화와 B급 영화는 분명 달리해야 할 부분입니다.
따지고보면 4천만달러라면 저예산이라고 말하기에도 무안하지요.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저예산이지만, 이런 영화의 기준하에선 분명 저예산도 아님은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에 범주에 들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가 B급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감독도 제작비도 아닙니다.
그건 바로 제작자인 로저 코먼의 총 제작지휘의 힘입니다.

전 로오나님과 정반대로 각본에 실망했습니다.
차라리 각본은 B급이라고 하기엔 너무 쓸데없는 사족들이 차라리 많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폴 앤더슨 감독 역시도 전 B급 취향의 감독이라기 보다는 게임중독에 빠진 저예산으로 영화를 나름대로 잘 뽑아내는 감독으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이 영화가 확실한 B급영화가 아니라고 얘기드렸던 겁니다.
Commented by 로오나 at 2008/10/24 10:37
그렇군요. 저랑 보는 시각이 다르신 것 같네요...라고 말하기 이전에 일반적인 B급 영화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씨봘낙지님의 말씀이 옳다고 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진짜 B급이라는 의미로 말하기보다는 B급 블록버스터 혹은 B급필이 나는 블록버스터라는 의미로 말한 거니까요 :D(사실 전 블록버스터가 아닌, 대놓고 B급인 영화는 그 감성은 좋아하는데 영화 자체는 재미있게 못보는 편이에요^^;) 어쨌든 감독은 레지던트 이블4 제작을 발표한 상태인데 과연 3 수준에 그치는 영화가 나올지, 아니면 2 수준에 이르는 영화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8/10/24 15:52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건 나름 재미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죠? ^^
레지던트 이블 역시 그러하군요.
전 그 시리즈 중 가장 형편없는 것이 2편이고, 3편이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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