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살해당하다...

원숭이의 시체를 질질 끌고 나는 걷고 있다.
피비린내가 세상에 진동한다.
어미 원숭이의 자궁에서 긁어져 나온 태아 원숭이는 아직 빨갛다.
질질 끌려오는 탯줄에선 맑은 피가 흐른다.
그 피는 나와 내가 끌고가는 원숭이의 발자욱을 선명하게 남기며 뭔가를 얘기한다.
알 수 없다.
내가 원숭이가 아니니까...

그 원숭이는 무참히 살해당했다.
살해당한 원숭이는 내 손에 이끌려 지저분한 들길을 질질 끌려가고 있다.
아직 식지도 않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태아 원숭이는 온 몸에 어미의 끈적한 침대신 지저분한 흙과 낙엽들과 사람들이 뱉어놓은 침과 오줌과 똥과 정액들로 온 몸을 치장하고 나에게 끌려 가고 있다.

그 원숭이는 아무 것도 모르고 살해당했다.
최소한 죽음만큼은 평안할 것이다.
죽어야 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불쌍한 삶은 없다.
이유없는 죽음이 행복하다.
이 불쌍한 태아 원숭이는 이유는 커녕 죽음이란 단어조차 무색할 정도로 죽어 버렸다.
나는 그런 원숭이를 끌고 이 들길을 지나고 있다.
원숭이는 행복하고, 나는 불행하다.
이유없이 죽은 원숭이를 나는 끌고 다녀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다는 것은 불행하다.

고로, 나는 살해당한 원숭이보다 더 불행하다.
원숭이가 살고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왜 다른 존재들은 타자들의 행복을 싫어하는 것일까?
날 죽이면 지들도 그렇고 나도, 원숭이도 행복했을텐데....

하여튼 원숭이는 살해당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원숭이를 끌고 다니고 있다.
어미에게서 뽑혀져 나온 태아 원숭이는 아직도 탯줄에서 맑은 피를 분출하고 있다.

by AMNESIA | 2004/10/27 13:01 | 몽상하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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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유영 at 2009/08/03 10:02
원숭이 잘 뒈졌네요. ^_^

셈통이다. ㅋㅋㅋㅋㅋ

나 한동안 원숭이 패고 싶었는데 어디 한번 몸좀 풀어볼까? ㅎㅎㅎ

나 요즘 원숭이 패는 재미에 푹 빠졌음
Commented by 씨봘낙지 at 2009/08/03 10:39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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